Jeoff x Penetrale ORIGIN
INFO
트위터에서 쓴 썰 백업용.
오타, 문장 오류, 상황 오류 등은 수정할 생각이 없으므로 패스.
성인 수위의 내용이 포함되어있기는 하나 상황이 내키지 않으면 비공/보호 처리할 것.
#01
서큐버스들은 흩어졌다.
남을 자는 남았고, 떠날 자는 떠났다. 성직자들은 더 이상 서큐버스들을 막거나 죽이려들지 않았으므로 그녀들의 운신은 스스로 정할 수 있었다.
페네트랄레는 떠나는 이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인간의 평화로운 성역속에 남아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페네트랄레는 이전에 숨어있던 시골마을로도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곳은 너무나 평화롭고 여유로워서 잡스러운 생각만 늘기 쉬웠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도 문제가 없고 또 죽어나가도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는 곳. 마수와 수해가 들끓는 전장이라도 만들면 좋을 듯 싶었다.
동물은 물론이요, 마수를 꼬드기는 일에도 약간의 재능이 있었으므로 크지 않은 전장을 만들어 고착화시키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기왕 고착화시키는 것, 번식력이 좋고 사나운 종류를 잔뜩 몰아부치는 것도 좋겠지. 인간들은 제 손해에 예민하므로 얼마든지 모여들터였다.
페네트랄레는 동쪽으로 향했다. 산림이 우거지고 산세가 험하지만 강물이 흐르고 귀한 약초가 자라는 곳. 풍요로운 땅을 어지럽히는 일이 얼마나 잔혹한 행위인지 알면서도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누군가, 페네트랄레를 마녀라 칭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행보였다.
페네트랄레는 동쪽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보이는 온갖 마수, 짐승, 괴물... 무엇이라 불러도 좋을 것들을 끌어모았다.
"해가 뜨는 곳, 강이 흐르는 땅. 황금으로 빛나는 풍요로운 인간의 땅을 밟아줘."
마귀, 마녀, 악마. 무어라 불러도 좋을테지만 정말이지 끔찍하기 그지없는 부탁을 입에 담았다.
페네트랄레가 온갖 재해를 동쪽으로 몰아넣었을 때, 인간들은 벌써부터 마수들의 준동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시기에 맞지 않는 이동은 물론이요 그 방향이 가장 큰 곡창지대를 향하고 있었으니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페네트랄레가 동쪽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부터 난리통이었다.
큰 곡창창고를 포함한 마을 두개가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던가. 세 자릿 수의 인간들이 죽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들렸으나 페네트랄레에게는 썩 피부에 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온갖 곳에서 소식을 듣고 모여든 용병이나 기사, 병사들의 열기나 긴장, 생기같은 것이 더 생생히 느껴졌다.
어디론가 갈 데 없는 피난민, 몸을 사릴 곳 없는 여인들이 생계를 이을 방법이 없어 온갖 남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집장촌은 페네트랄레의 새로운 거처가 되었다.
누군가가 느끼기에는 역겨울 수 있으나, 언제나 전장이 생기면 그 뒷편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장소였다.
유난히도 조용한 여자, 탐스러운 검은머리카락, 유난히 도드라지는 몸으로 유명해지는 일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집장촌의 다른 여인들이 어찌되던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다만, 시끄러운것을 싫어했으므로 자신에게 홀린 남자에게 속삭여 시끄러운 남자들을 내쫓는 일 정도는 했다.
그 정도 만으로도 페네트랄레는 집장촌의 여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으므로 그렇게 큰 손해 또한 아니었다.
한 해가 지날 즈음이었을까, 한 해 동안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용병이 페네트랄레의 몸을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난 이제 돌아갈거야. 벌 만큼 벌었거든."
"......"
"소식정도는 들었겠지? 피난민을 무상으로 받아주겠다는 영주가 나와서 다들 그쪽으로 향한다고."
페네트랄레는 이 짜증스러운 대화와 지분거림을 더 듣고싶지 않았으나 참아주기로 했다. 그가 한 해 동안 자신에게 퍼부어준 정은 쏠쏠했으므로, 그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넌 어때."
페네트랄레는 그를 말없이 돌아보았다. 그게 무언가의 질문이라도 된다는 듯 용병은 몸을 돌려 위로 올라탔다.
"집장촌도 밀어버린다고 시끌시끌하니, 갈 곳이 없으면 나한테 와. 쭈그렁 할망구가 되어서도 굶어죽지 않게 해줄테니까."
허벅지를 잡아 벌리며 하는 말이 상당히 시건방졌다.
누군가 순진한 여자라면 혹하다 못해 날름 따라가겠다 할만한 말이었으나 페네트랄레에게는 별 흥미없는 말이었다.
그의 정은 평범한 맛이었고 사정하는 양이 좀 많다 뿐이지 혹할만큼의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섹스마저도 그럭저럭 잘 하...나 싶은 수준이었다. 힘으로 하는 느낌이랄까.
페네트랄레는 제 안으로 힘껏 밀어부쳐 흔들리는 몸을 나른하게 끌어안은 채 얕은 신음을 흘렸다. 속살을 파헤쳐 들어오는 단단함은 나쁘지 않았으나 깊이가 얕아 재대로 느끼질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주제에 제 몸을 힘껏 끌어안고 사정하는 남자의 몸은 확실히, 상당히 부족했다.
한심스러운 남자이기는 했으나, 용병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집장촌은 사라졌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주변의 영지로 흩어졌다. 페네트랄레는 여전히 전장 한가운데에 남았다.
갈 곳도 없었고 갈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병사나 용병들의 부름에 막사를 직접 오갔다.
페네트랄레는 가격을 따지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거니와 돈따위야 무얼해도 쉬이 모이는 잡다한 것이라 해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한의 선은 받아내었는데, '싼 값에 산 여자'라는 취급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봐야 남자들의 폭력성이 아예 사라지진 않았다.
하루는 전장에서 겨우겨우 살아돌아온 남자가 목을 졸라댄 일이 있었는데, 화를 참지 못하고 다음날 마수들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게 만들었다.
전 날 살아돌아온 이가 다음 날 죽는 일이야 흔했으므로 아무도 페네트랄레를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의 멍을 보고 안쓰럽게 여겼을 뿐이다.
페네트랄레는 그 곳에서도 반 년을 지냈다. 살이 에일 정도의 겨울마저도 남자들의 품에서 거칠게 흔들리며 살아남았다.
그들의 생기와 삶, 갈망따위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루 하루를 빠르게 흘려보냈다.
과거로 돌아간 듯 무의미하고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날은 유난히, 여전히, 지독하게 추웠다.
페네트랄레는 온 몸에 새겨진 남자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얇은 모포 한 장에 의지해 바깥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파고들어, 온갖 열기로 데워진 몸속을 식혔다.
잇새로 흘러나온 흰 숨결이 하늘하늘 흩날려 사라졌다.
"그 소식 들었냐?"
"뭘."
"이번 토벌이 늦어지는게 못미덥다며 교회에서 군사를 보낸다는 소식."
"퉤, 그 샌님들이 와봐야 거기서 거기지."
"혹시 모르지. 토벌 전문의 기사단이 온다면 이 지긋지긋한 상황이 나아질지도 모르는 일이야."
"하긴, 곡창지가 두 해 동안 개판이 났으니."
"빌어먹을 마귀새끼들."
"야, 저쪽. 아랫도리가 말리는데."
"건드리지 마. 오늘 낮에 작전 있는거 잊었냐."
"한 번 싸는걸로 지랄하고 있네."
모닥불에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들 중 하나가 앞섶을 주섬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네트랄레는 그 남자를 못본 듯 멍하니 서있었다.
남자가 페네트랄레의 팔을 억지로 잡아끌어 막사로 들어갔을 때, 온갖 음담패설로 낄낄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은 나."
"화장실이나 가라. 저러다 백인장님께 걸리면 좆된다."
"저새끼가 그걸 들을 리 없지. 난 좀 싸고 온다."
"저런 년이 어슬렁대는데 안 꼴리는게 이상하지."
"대가리에 정액만 찬 새끼."
"칭찬 고오맙다. 평소엔 아닌 척 하면서 할 땐 죽어라 하는 새끼가 깔끔한 체는."
"때를 정하고 하란 말이다. 저 놈도 저번에 십인장님께 머리통 깨질 뻔 했잖냐."
"하... 새끼들. 산통 다 깨지게 떠벌떠벌 대기는..."
"......."
페네트랄레의 몸을 감싼 모포를 벗겨내며 투덜거리던 병사는 급히 제 바지 앞춤을 끌어내려 부풀어오른 성기를 들이밀었다.
하루는 무슨, 반나절도 멀다하고 이 남자 저 남자를 받아들인 페네트랄레의 몸은 이런저런 전희없이도 부드럽고 질척한 틈새 속으로 흥분한 남자를 받아들였다.
기분이 좋은 건 상관없지만, 짐승처럼 '으허어... 허으으...'같은 소리는 듣고싶지 않았던 페네트랄레와는 다르게 연신 기분나쁜 헐떡임을 토해내던 남자는 두 번이나 최대한 파고들어 싸지른 뒤에나 물러났다.
"......"
페네트랄레는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난걸까. 봄이 찾아올 법도 한 날임에도 냉기는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더 추워진듯 싶었다.
추위든 더위든 어찌되든 관계없는 페네트랄레였지만 이 날의 추위는 유독스럽게 신경에 거슬렸다.
마치 제 행동을 하늘에서 꾸짖는 듯 굴어서 더더욱이나 사무치는 듯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이럴 때에만 잘난 척 구는 '신'이라는 존재를 마음속에서 대놓고 모욕한 페네트랄레는 욱신거리는 몸을 얇은 모포와 후드 아래로 감추었다.
오늘은 식사나 남자따위 전부 내놓고 따듯한 곳에서 쉬고싶어졌다.
서전트라도 유혹해볼까 하는 찰나.
"......페네트랄레?"
이 곳에서는 들리지 않아야 할 제 이름이 들렸다.
잠깐 멈칫한 페네트랄레의 모습에 반응하듯 바로 다가오는 인기척에 바짝 굳을 찰나....
"휘익- 어이. 저것 봐."
"성기사 나으리도 궁할 수 있지. 기사를 놀려서 군법으로 처형되야 아 시펄 내 혓바닥. 하고 후회할거냐?"
병사들의 비아냥에 발걸음이 멈추자 불 붙은 장소를 피하듯 다급하게 몸을 돌렸다. 페네트랄레의 검은 머리카락이 얕게 흩날렸으나 모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다급히 내달리는 페네트랄레는 갈비뼈가 부서질 듯 쿵쿵대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무시해야만 했다.
새삼스러웠다. 자신을 거부한 남자에게 두 번이나 흔들리는 건 용납할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페네트랄레는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로 마구 걷다, 한 남자와 부딪혔다.
방금 전 떠올렸던 서전트. 지긋한 중년의 상사는 자신을 걱정스럽다는 듯이 내려보고 있었다.
제 딸과 또래즘으로 보여 눈이 계속 간다던가. 평소에는 상냥했으나 침대위에서는 거칠었고 행위가 끝나면 금세 다시 다정해지는 이상한 남자였다.
"괜찮은가? 어디 안 좋아 보이는데."
"......"
페네트랄레는 지금 이 남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정확히는 이 남자가 가진 안전한 막사를.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처연한 여인이 팔을 벌려 조심스럽게 품 안으로 파고드는 모습에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던 남자는 페네트랄레를 번쩍 안아들었다.
"많이 아프면 쉬지 그랬나. 내 막사에서 쉬고 가세."
페네트랄레는 거부하는 일 없이, 그의 목을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의 비꼼에 잠깐 멈췄던 성기사는 내미려 했던 손을 꾹 쥐었다. 손가락의 가죽과 건틀릿의 철이 악력에 비벼져 나는 소리가 섬뜩하기 그지 없었다.
착각일 수 있었다. 그저 조금 비슷했을 수 있었다. 반사적으로 나온 그 이름은 그다지 유쾌하거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낡아빠진 로브나 얇디 얇은 모포를 쥔 멍 투성이의 하얀 손에 눈길이 갔다.
제가 아는 인물이 아닐지라도 성직자로서, 성기사로서 가진 선의로 그를 도왔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사내들을 상대하는 여인의 삶이 얼마나 끔찍할지는 감히 제 예상으로도 짐작할 수 없을터이니.
병사들의 비꼼이나 놀림에 멈춘 것은 제가 아니라 제가 붙잡은 상황에서 곤란에 처할 여인때문이라 생각하며 -그것이 진실이건 아니건 간에- 성기사는 주먹쥔 손을 풀 생각조차 않고 그 육중한 몸을 돌렸다.
무거운 갑옷소리가 썩 밝게 들리지 않았으므로 병사들은 눈치를 보며 스스로 입을 닫았다.
추기경의 죽음과 여왕의 완전한 소멸, 새로운 여왕의 즉위와 같은 큰 물살은 개개인의 성직자들로는 감히 감당할 수 없는 큰 물살이었다.
중앙청은 이상할 정도로 아주 느리게 사람을 보내었고, 그 전까지 교회에 남은 자들 스스로 난장을 정리할 수 있었다.
추기경의 죽음은 조용히 처리되었으며 교회의 새로운 관리자는 추기경이 아닌 주교급 사제로 임명되었다. 그 과정에 있었던 여러 일 때문에 뒷수습 할 인물들이 늦게 왔다던가 하는 뒷 이야기들이 많았으나 그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과히 많은 자들이 사제직을 포기하고 떠나갔다.
믿음의 배신이나 시점의 변화, 지식의 몰락 따위를 운운하기는 했으나 그들의 선택이 어느 방향으로 향했을지는 뻔하디 뻔했다.
그런 혼돈스러운 와중에도 제오프는 남았다. 굳건히 제 자리를 지켰다. 새로운 인연이나 친구는 생겼을지 몰라도 믿음만큼은 아직도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교회에 남지 못하고 이런 곳으로 출전 혹은 좌천 된 이유야 뻔했다.
교회의 새로운 우두머리로 임명되어 찾아온 주교는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그는 학자로서 영리했고 기사로서 명징했으나 독사처럼 날카로운 독니를 가진, 매보다도 눈이 좋은 인물이었다.
그는 단편적인 정보들을 가지고도 제 눈으로 본 적 없을 정황들을 귀신같이 알아낼 수 있는 듯 했다.
제 아무리 성직자들이 감추고 없앤 일 조차 방금 보고 온 사람처럼 줄줄이 읊을 때면 자신들이 겪었던 서큐버스들이 오히려 더 인간같다는 감상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런 주교는 자신을 개인적으로 불러 세웠을 때, 푸른 눈을 서늘하게 뜨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과거 자신을 내려보던 자색의 눈동자들과 묘하게 겹쳐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명예와 약속을 저버린 기사라 해도 그 검 정도는 휘두를 줄 알길 바랍니다. 경.”
벌레보듯 하는 목소리는 굴욕적이었다.
허나 평생토록 순결하겠다던 약속을 깨트린 자신에 대한 정면적인 비판이었으므로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무릎을 꿇은 채 기사의 예로 대답하는 제오프의 어깨에 손을 짚어 툭툭 두드리는 손길은 뱀이 몸을 타고 지나가는 것 만큼이나 소름이 돋았다.
“주께서도 그 충정에 기뻐하실겁니다.”
그가 입에 담은 '주'는 제오프가 믿고 따르는 주가 아닌 듯 했으나 별다른 말을 이어붙일 순 없었다.
그는 곧 스스로 자원해 전장으로 나섰으며, 자원받은 성기사들과 성직자들을 포함한 한 부대의 기사단이 동쪽으로 향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부터 일주일간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쁘기만 했다.
교회의 사람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밀려들어오는 마수들의 수는 실로 비정상적이었다.
제 아무리 번식력이 강하다 한들, 한 해도 아니고 한 시기에 이렇게 많은 수의 마수가 전선을 밀고 내려올 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의 규모에 기가 질리지 않는 성기사는 없었다.
오히려 전장에 오래 있었던 병사들은 '이번에도 또' 라며 지긋지긋하다는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매 달 마다 이 꼴을 볼텐데, 벌써부터 질리시면 어떻게 칼을 들려 저러나."
"쉿. 등신새끼야. 입 조심해. 죽고싶어?"
"어차피 이래도 뒈지고 저래도 뒈져. 저 괴물새끼들이 몰려온 수를 봐."
"매 달 미슷하게 몰려온다고? 씨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보다 적었어. 평원에 풀밭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정도였다고."
"이봐, 진정해."
"이번에 온 수를 봐. 평야가 뭐야. 그 너머도 새카맣게 몰려든 수를 보라고."
동쪽은 망했어. 토벌도 실패할거야. 완전히 끝났다고.
울화에 젖은 병사의 목소리는 도망치고 싶으나 도망치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과 끝나지 않는 전투에 지쳐 고통스럽게 부스러져 있었다.
"이 새끼, 상당히 맛이 갔는데."
"그 여자 불러. 검은 머리 여자."
"그년이랑 하루 붙어있으면 정신이 들겠지."
제오프는 그들의 대화를 더 듣고싶지 않았다.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는 제오프의 뒷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병사들은 저들끼리 수근거렸다.
"저 성기사. 그 방패 들고 썰어제끼던 그 기사 맞지?"
"일주일 내내 저러고 있는 것만 봐도 인간은 아니지. 성기사가 괜히 성기사겠어."
"망토 새카만거 봐라. 저거 원래 밝은 청색이라던가."
"얼굴 본 놈 있어?"
없지. 없어. 일 주일이 뭐야, 소문으로 들어서는 행군 첫날부터 지금까지 투구를 벗지 않았다던데. 미친놈인가? 저주받은 거 아냐? 괴짜일 수도 있지. 고행이랍시고 그런 미친 짓 하는 성직자가 한 둘이야.
병사들의 수근거림은 막사의 천이 내려질 때 까지 이어졌다.
어두운 막사, 문을 대신한 천막이 쉽게 열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내었다. 어둑한 막사 안, 책상위에 얹힌 램프와 부싯돌을 사용해 불을 밝힌 제오프는 답답함을 잊은 사람처럼 갑옷채로 제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후우......"
전과 같지 않았다.
전장이야, 언제든 발을 내딛는 것이 성기사의 본분이었으므로 변했다 변하지 않았다를 따지는 것이 무용했으나 제오프가 느끼기에 모든 것이 전과 같지 않았다.
변한 것은 자신 하나 뿐이거늘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신체를 잠식할 때 마다 쌓여가는 욕구에 피가 끓는 것을 버텨내는 일은 어려웠다.
청년일 적에도 이런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과거의 일은 현재와 다르니 이랬니 저랬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피곤함이 몸을 짓눌러 당장이라도 잠들고싶었으나 갑옷 틈새로 스며든 마수의 피를 닦아내려면 잘 시간조차 부족했다. 검은 피로 질퍽대는 이음새를 풀어내었다.
무거운 쇳소리와 함께 떨어진 갑옷들을 주워든 제오프는 침대맡에 정리해둔 갑옷닦이용 걸레를 이용해 굳어버린 혈흔들을 닦아내는 와중에도 투구를 풀어내지는 않았다.
고행, 저주, 괴짜... 뭐라고 하든 좋을 말들은 갑옷을 닦아내는 시간동안 의미없이 뇌리에서 사라졌다.
모든 갑주들을 깨끗하게 닦아낼 즘에는 램프의 불꽃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시간을 알고싶어진 그가 두터운 로브를 두르고 바깥으로 나갔을 때, 드높게 뜬 달이 느긋하게 기울고 있었다.
새벽으로 넘어갈 즈음. 인적이 가장 드문 가장 좋은 시각이었으므로 발걸음은 바깥을 향했다.
겨울처럼 추운 날 밤. 맨 몸으로 호수에 몸을 밀어넣을 미친 이는 존재하지 않을터였지만 제오프에게는 그다지 효용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의 몸은 불에 그을린 철처럼 뜨거웠고 심장은 용의 것 처럼 튼튼했으므로 오히려 살이 에일 정도의 냉기가 편안할 지경이었다.
...미친 것 같기는 하지만.
로브와 옷을 모두 벗어 접고 투구마저 내려놓은 제오프는 손가락이 곱을 정도로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세수를 하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물과 함께 쓸어넘겼다.
감당하기 어려운 냉기가 전신의 흉터를 욱신거리게 만들었지만 약간 찌푸린 눈가 외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물장구를 치듯 한참을 세수하며 열을 식히려던 찰나. 그는 저 반대편즘에서 일렁거리는 인영을 본 듯 했다.
오른쪽 눈이 시력을 거의 잃어버린 탓에 물에 젖어 흐려진 시야로는 저 인영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나 젖은 얼굴을 쓸어넘긴 틈으로 본 이의 모습은 생각보다 낯이 익었다.
처음에는 착각이라 생각했기에 두 번, 세 번의 마른세수가 이어졌지만 시야속의 인물은 꿈결처럼 사라지거나 흩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소리를 들은 듯, 제 방향으로 고래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생각했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훅 솟는 반응에 놀라 아랫도리를 내려보아야 했다.
잠깐 한 눈을 판 새, 시선을 빼앗았던 이는 사라져있었다.
난감할 정도로 바짝 서버린 제 성기를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민망... 하기는 했으나 그 자리에서 처리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느정도의 열기는 사그라들었으므로 불만은 없었다. 불만이야 없었지만 여유가 생긴 틈이 문제였다.
'이런......'
제 방패에 몸통이 으깨어진 마수를 걷어내는 와중에도, 칼에 꿰인 괴수의 몸을 힘껏 차내는 와중에도, 피에 절은 몸을 무겁게 끌어내는 와중, 갑옷을 벗어 핏물을 닦아내는 그 사이 사이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다른 것으로 신경을 돌리려 하면 그새 욕구가 무럭무럭 쌓여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
이전, 교회에서 마귀 혹은 서큐버스들이 물러난 이후 평온함을 쉬이 되찾았다. 종종 욕구가 일어나기는 했으나 충분히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지긋지긋하게 들러붙는 생각은 처음이었으므로 제가 미쳤는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종종 병사들의 이야기가 귀를 파고들었다.
"저 미친새끼가! 야, 그 여자 불러와!"
"죽다 살아난 새끼마다 이 지랄이야. 젠장. 이 미친 놈아! 정신 좀 차려!"
"하여간 신병이라는 새끼들이 다 빠져가지고..."
"남 말 하고 자빠졌네. 너도 그 년 끌어안고 울고 불고 온갖 지랄을 떨었던 주제에."
"뭘 풀 데가 없으니 그런거지, 씨발..."
"하여간 신기한 여자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루만에 질색하고 도망갔을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거지?"
"벙어리가 할 만한 일이 뭐가 있겠어."
"꼴릿하게 우는 걸 보면 완전히 맛이 간 건 아닐텐데. 어디서 말 하는 꼴이 없으니."
"솔직히 저런 여자면 고향으로 데려가서 색시삼아도 될걸."
"아서라. 온갖놈들한테 다 대주는 년을? 의처증으로 말년부터 말아먹고싶냐."
"백인장 나으리도 말 한 번 못 붙여서 아등바등 하던데."
"백인장이 뭐야, 이거, 이거도 부르고 싶어도 못 불러서 아주 아랫도리가 근질근질하다던데."
"왜 안 간대?"
"낸들 아나. 우리는 모르는게 있겠지."
기사를 의미하는 손가락 신호를 주고받던 병사들은 제오프의 시선을 느낄 때 마다 후닥닥 흩어졌으므로 정보는 단편적이었다.
이름모를 여인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잦았고 예민한 청각은 그러한 정보들을 하나 둘 그러모았다.
"그 여자, 좀 불쌍하지 않냐? 나만 그런가 모르겠는데."
"아, 맞아. 울거나 하면 좀 불쌍하기도 한데 이상하게 더 쥐어 흔들고 싶게 만들지."
"어디서 주워먹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가슴이나 엉덩이도 아주... 야, 나는 손에서 넘치는 걸 여기서 처음 만져봤다니까."
"눈이 예쁘지. 왜, 저번 주에 죽은 놈은 그 눈이 보석같다고 했잖냐."
"머릿결도 비단같고, 몸도 나긋나긋하고... 그쪽 양반들 이야기 주워들으니까 뭐 고급창녀보다 더 좋아보인다던데."
"뭘 모르는 시골년이라 그런갑다 하는거지. 그 덕분에 우리도. 응? 이렇게 하지."
"미친새끼! 우웩! 니 좆은 구더기야 구더기, 콩알같은 새끼야."
"개같은 놈이 열 받게 구네."
저들끼리 싸움이 붙은 병사들의 소리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 제오프가 그들을 말리고 해산시키려 하던 찰나.
여러모로 시끄러웠던 천막에서 소리없이 나온 여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적데기나 다를 바 없어보이는 로브와 모포를 뒤집어쓰는 그 모습과 인영은 달밤 아래의 것과 닮아있었다.
자신은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가.
"......페네트랄레?"
반사적인 중얼거림에 흠칫 떠는 반응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추위에 잠깐 떨었다기에 움직임은 너무 짧았고 굳은 몸은 빨리 풀리지 않았다.
제오프는 천자락을 붙잡은 여인의 손등을 보자 무언가 훅 내려앉는 감각을 느껴야했다.
페네트랄레는 군영을 제 집 처럼 돌아다니는 일을 그만두는 대신 병사들의 신호와 요청을 받아 움직였다.
기사들을 꺼려하는 듯한 태도와 눈빛을 취하자 눈치 빠른 병사들은 기사들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제오프는 홀로 페네트랄레를 찾는 듯 했으나 소득은 없을터였다.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마수로 죽여버리든, 불구로 만들든, 병사나 기사들 중 한 명을 골라 따라가든, 전선 자체를 붕괴시켜 없애버리든. 방법은 온갖 것으로 무궁무진 했음에도 페네트랄레는 현 상황을 이어가길 선택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주변에 그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라도 하고싶은 것 처럼.
물론 직접적으로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병사들을 이용해 그를 피해다니는 알량한 수를 쓰기는 했으나 스스로도 이런 방법따위가 얼마나 하잘것없는지 알고 있었다.
파훼하려면 얼마든지 파훼할 방법이 있었고 그 것을 보강할 수 있음에도 보강하지 않는 것은...... 글쎄, 무엇일까.
“헉, 흐으..! 으...!”
“하, 아응... 하...”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양 손을 있는 힘껏 붙잡고 힘껏 허리짓을 하는 남자의 신음소리에 페네트랄레는 약간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누군가의 모습과 겹쳐보이는 곳을 핥듯이 바라보며 아릿하게 웃는 얼굴은 남자의 가학성에 불을 지폈다.
억센 손길이 누워있던 몸을 뒤집어 골반을 끌어올렸고, 그가 원하는대로 엉덩이를 치켜든 채 어떻게든 깊게 파묻히려 노력하는 남자를 기분 좋게 삼켜주었다.
“헉, 허윽...! 씹...!”
“아..! 아, 하...! 으...!”
성기가 손가락보다 작은 것이 아니라면 자극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같잖을 뿐.
그럼에도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 얕은 신음을 내뱉으며 사정이 긴박해진 남근을 꽉 조여물었을 때.
촥! 소리와 함께 걷어올려진 막사의 천 틈으로 그 남자가 몸을 디밀었다.
“윌 십인......장.”
볼 일이 있어 찾아온 듯한 그 갑옷의 남자가 말을 다 잇지 못할 찰나, 페네트랄레는 웃음이 나왔다.
팔에 얼굴을 묻고 있어, 제 웃음이 다 보이진 않았겠으나 그는 전신을 움찔거리는 듯 하더니 다급하게 막사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흐으, 씨발... 개 좆 같은...”
“하... 으응...”
사정중에 누가 들이닥쳤으니 산통이 다 깨져버릴 만 했으나 지금은 경계임무가 한창일 상황이었다.
게을러터진 말년병장마냥 혼자 몰래 빠져나온 것도 모자라 여자를 끼고 뒹굴대는 모습을 상관에게 들켜버렸으니 골치가 아플 만 했다.
뒷수습이고 뭐고 제 옷만 추스른 십인장이 다급히 뛰어나가 홀로 남겨진 페네트랄레는 그제서야 웃음이 싹 가신 얼굴로 제 몸을 내려보았다.
예전과 다를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리 헛헛하고 비참한지 알 수 없었다. 이전에는 없던 좌절 가득한 감상이 고통스러웠다.
페네트랄레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으나 끝내 무시하고 묻어두는 편이 낫다는 생각과 함께 고통을 억지로 털어내었다.
제오프는 경계근무를 해야하는 병사 중 한 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것 까지 관리하는 것은 본래 그의 일은 아니었으나 병사들의 기강이 심히 흐려져 있었으므로 그것을 다잡는 권한을 받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빠진 자의 관등성명은?”
“윌...! 십, 인장... 이십니다...”
제오프의 기세가 기세이므로, 바짝 긴장한 병사의 대답은 어수룩하기 짝이 없었다. 군기를 바라기 어려운 환경에서 차출된 이 임은 알고 있으나 편입된 이상 이전의 어리버리함은 내다버리는 것이 나았다.
그래야 하루를 더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디에 있나.”
“그... 그, 어......”
“모르는 건가.”
“막사에 계십니다!”
재차 묻자마자 바로 대답하는 병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 후, 그가 있을 막사로 간 제오프가 발견한 광경은......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자색의 영롱한 눈동자와 여인을 힘껏 끌어안은 채 사정하는 ‘윌 십인장’의 모습이었다.
몸 전체가 욱신거릴 정도의 흥분에 갑옷 속에 숨겨진 남근이 힘껏, 뻣뻣하게, 완전히 발기해버렸음을 자각한 제오프는 망설일 틈 없이 그 곳에서 벗어났다.
아니, 도망쳤다.
금세 바깥으로 뛰쳐나온 십인장이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제오프를 추월해 각잡힌 자세로 섰으나 성난 눈빛은 감출 수 없었다.
새 됐다. 진짜로 망했다. 젠장. 병사들의 통솔자가 바뀐다는 소식에도 어련히 그렇겠지 하던 과거의 자신이 통탄스럽다.
“윌 십인장.”
“예!”
“...... 십인장을 박탈한다. 경보병으로 편입하도록.”
씨발! 욕이 절로 나왔으나 즉결처분당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병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병사를 뒤로하고 제 막사로 돌아가기 전, 병사들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짚어낸 제오프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아 하반신을 뻣뻣하게 당기는 남근의 근질거림에 한숨을 내뱉었다.
‘꿈에서도 찾아오지 않던 여자를 이 곳에서 만난 것 같아 몸부터 반응했다.’라는 대목은 고루해빠진 음서에나 나올법 했다.
마른 세수라도 하고 싶었으나 투구를 벗을 생각은 아니었으므로 죄 없는 손만 주먹을 힘껏 쥐었다 풀기를 반복했다.
그 날 새벽, 호수의 물가의 작은 물고기들은 이유없는 수질오염(...) 에 고통받아야 했다.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 [NOVEL] 내륙의 여인 01. (0) | 2021.07.20 |
|---|---|
| [COM] VESTIO #1 (0) | 2020.08.20 |
| [FABLE] ExR Red hood AU (0) | 2020.08.09 |
| [FABLE] JxP Swap AU (0) | 2020.08.09 |
| [COM] Lipstick mark (0) | 2020.06.17 |